현존하는 석장승 가운데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장승이 나주 불회사에 있다. 마산리 불회사입구 오솔길 좌우에 서있는 남녀 1쌍이 그것이다.
불회사 장승은 특히 남녀구분이 뚜렷하다. 자세히 보면 오른쪽이 할아버지장승, 왼쪽이 할머니장승이다. 얼굴형상은 물론 얼굴의 크기, 남녀의 키의 크기까지 상당히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서 조각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불회사 석장승의 제작 연대는 18세기로 1719년(숙종 45) 무렵에 세워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장승들은 1968년 12월 12일 중요민속자료 제11호로 지정되었다. 두 장승은 험상궂은 듯 하면 서도 익살스러운 모습이 친근감을 주는데, 특이하게도 마을이 아니라 사찰 경내의 부정을 금하고 잡귀의 출입을 막는 수문신 기능을 하고 있다.
민속학자들에 따르면, 원래 절에는 장승이 없었다고 한다. 장승역할을 사천왕상이나 금강역사상이 수행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장승을 절 어귀에 세우기 시작했다. 칠성각이나 산신각처럼 장승도 토착신앙과 절충 하면서 불교가 우리 화 되어가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토착 신앙과 불교가 어우러진 흥미로운 민중생활 문화재인 셈이다.